분식집 돈가스도 9000원인데…소외학생 외식지원 겨우 8000원

입력 2022-07-29 17:28   수정 2022-07-29 23:49


서울 소재 중학교 교사 정모씨(54)는 얼마 전 학기 말을 맞아 소외 학생들을 데리고 외식을 했다. 하지만 식당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물가가 부쩍 올라 학생 1인당 지원금 상한선인 8000원을 맞출 수 있는 식당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짜장면 한 그릇도 6000원인데 콜라, 탕수육을 곁들이려면 1인당 8000원을 훌쩍 넘고, 분식집 돈가스도 8000~9000원, 아이들이 좋아하는 삼겹살은 1인분에 1만5000원이 넘더라”고 했다.

결국 정씨는 사비를 보태 1인당 1만4900원짜리 갈비 무한리필집을 찾았다. 정씨는 “아이들 식비 지원 기준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했다.

29일 서울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역 소외 학생에게 지원되는 식비는 1인당 8000원이 최대치다. 간식비는 4000원이 상한선. 학교의 예산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인 ‘학교회계 예산편성 기본지침’에 따른 수치다. 교사들은 이 식비로 기초학력이 부족하거나 정서적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데리고 상담, 학습 지도, 문화 체험을 돕는 프로그램에서 사용한다. 학생과 유대감을 키우고 학생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함께 영화와 전시를 관람하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기도 한다. 서울교육청이 코로나19 기간에 도입한 ‘키다리샘’ ‘서울희망교실’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올초까지만 해도 사비를 보태 그럭저럭 버텨내던 수준. 하지만 시장 물가가 급등한 하반기 들어선 사정이 확 달라졌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에서 칼국수 가격은 8269원으로 연초 7769원에서 6.4% 올랐다. 짜장면은 8.5% 오른 6262원, 냉면은 4.7% 상승한 1만269원을 기록했다. 삼겹살은 4.7% 올라 1만7783원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물가 상승률은 20%를 넘나든다는 게 교사들의 얘기다. 한 중학교 교사는 “교사들도 자신들의 식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그러나 “교육부 지침에 따라 학생 식비가 고정돼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훈령은 정규근무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경비인 ‘공무원 특근 매식비’를 8000원으로 정하고 있는데, 학생 식비도 똑같이 묶여 있다는 것이다.

간식비 상한선은 내년에 올릴 계획이다. 식비와 달리 간식비에 대해서는 따로 교육부 규정이 없기 때문에 교육청 자체적으로 지침을 바꿀 수 있어서다.

서울교육청 예산담당관 관계자는 “간식비를 올리기 위해 올해 관련 설문조사를 했고, 논의를 거쳐 내년에 상향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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